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요즘은 아무데서나 개나소나 물방개나 다 언급하는 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근원이 되는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 그러니까 사실은 프로이트가 죽일놈일듯. 적어도 오이디푸스 입장에서는 말이다. 문제는 앞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나 무진기행이나 홍길동전 이야기 할 때도 말한 것 같지만, 읽지도 않고 개나소나 오이디푸스 타령이라는 말씀.
예전에 그리스 비극 같은 것을 읽으면서 함께 읽기는 했다. 그때 읽었던 책에는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스 3부작과 소포클레스의 비극이 함께 묶여 있었는데. 사실 이야기의 구조가 흥미롭기로는 빌어먹을 프로이트가 백만번 우려먹은, 아니, 프로이트 때문에 읽지도 않은 놈들까지 합세해서 떠들떠들 하느라 이제는 식상하게까지 느껴지는 오이디푸스보다는, 소포클레스 비극이 더 재미있긴 했다. 하지만 안 읽어본 사람은 모른다. 그놈의 프로이트;;;;가 그런 식으로 이름붙여버린, 아들이 어머니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이라는 식으로, 금기이자 터부를 건들여 덧나게 해 놓은 그 작품이 사실 어떤 것인지를. 이제는 오덕씹덕들이 유부녀 모에와 함께 외치는 그런 므흣한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운명을 피하려고 죽을 힘을 다해 맞서 싸웠으나, 결국 운명 앞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고뇌와 절망의 이야기라는 것을. 자기 자신을 알지 못했기에, 자기 자신이 그 운명의 왕자라는 것만은 알지 못했기에 벌어진 그 모든 일들과, 의지를 가진 인간이 신탁을 끝내 넘어설 수 없는 그 한계를 다룬 작품을 유부녀 모에같은 헛소리와 매칭하는 것은 천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오이디푸스가 어머니에게 정말로 애정을 품었거나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런 쪽을 찾으려면 어머니에게서 못 벗어나는 “아들과 연인”을 읽으라구.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를 물리쳤고, 그 대가로 “테베의 왕위를 물려받”았으며, 그에 합당한 근거를 부여하기 위해 과부가 된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했다. 이것을 근친상간에 대한 감정과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프로이트가 변태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야 그리 된 게 맞기는 맞겠지만.
함께 실려있는 다른 작품인 안티고네. 스스로 눈을 멀게 한 오이디푸스가 방랑할 때 곁을 지킨 딸로 유명한 그녀는, 왕의 명령과 자신의 양심 사이에서 양심을 따라 행동한다. 자신의 두 오빠가 왕위를 놓고 싸움을 벌이다 죽었을 때, 왕이 한쪽은 매장하고 안쪽은 유기하는 것을 보고 안티고네는 들에 버려진 오빠의 시체를 거두어 매장한다. 그리고 왕(안티고네의 숙부)은 안티고네를 생매장한다. 이 과정에서 안티고네를 사랑한 왕자 하이몬은 그녀를 따라 죽으려다 왕의 모습을 보고 찌르려 하고, 왕이 도망치다 자살한다.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어머니(왕비) 역시 자살한다.
그리고 자기자신의 삶은 떳떳하더라도 하늘의 뜻에 어긋난 관계라면 벌을 받게되는 오이디푸스가 신탁의 무서움을, 인간의 나약함을 그리고 있다면, 양심과 법률의 대립을 다룬 안티고네는 인간들이 신에게 지배받는 운명에서 아주 조금, 인간 중심적인 운명으로 걸어나오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아이아스는 트로이 전쟁 이야기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레스가 죽은 후 그의 군장을 누가 가질 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 그 속에서 오딧세우스에게 밀리고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아이아스의 이야기다. 아가멤논 형제들이 꽤 간악하게 나오고, 오딧세우스는 너그러운 승자의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아이아스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오딧세우스를 아끼는 아테나 여신. 공정한 신이 아니라,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는 신이 다른 인간을 편애할때, 그 “편애받지 못한 자”란 어떤 것일지. 마지막으로 실려 있는 트라키스 여인들은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의 이야기다. 남편이 잡아들인 포로 중 적국의 공주가 있는 것을 알고 동정심을 품었던 데이아네이라는, 그녀가 남편이 새로 총애하게 된 여자임을 알게 된다. 데이아네이라는 헤라클레스의 식은 사랑을 되찾기 위해 넷소스의 피를 헤라클레스의 옷에 바르고, 그 옷을 입은 헤라클레스는 고통 속에 죽게 된다. 뜻밖의 결과에 충격을 받은 데이아네이라 역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당시 그리스 영웅이라는 놈들이야 돌아다니며 바람피우고 여자 건드리는게 일이지. 오딧세우스 빼고. 하여간 남자들이 문제다. 그때의 관점으로 보면, 데이아네이라가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