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4대 비극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맥베스, 이야기 구성이 제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리어 왕이다.
덩컨 왕의 사촌이기도 한 장군 맥베스는 개선하여 돌아오던 중 황야의 세 마녀를 만난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의 영주시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또한 그의 부하 뱅코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도 들었다. 아직은 글래미스의 영주, 그러나 코도의 영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맥베스의 가슴에는 야심이 피어오른다. 그런 그를 부추기는 것은 그 이상으로 야심만만한 맥베스 부인. 그는 덩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며, 뱅코는 물론 파이프의 영주 맥더프의 일가를 죽인다.
어디서 두드리지?
소리만 들으면 오싹하니, 내가 왜 이럴까?
이 무슨 손이냐? 하! 손이 눈을 뽑는구나.
저 대양 모든 물로 내 손에서 이 피를 씻어낼 수 있을까? 아냐, 내 손이 오히려 광대무변 온 바다를 핏빛으로 물들여 푸른 물을 다 붉게 하리라.
죄를 씻을 수 없는 괴로움을 겪는 맥베스는, 앞서 햄릿의 감상을 남겼을때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클로디어스와 일맥상통한다. 그 괴로움 탓일까, 맥베스는 뱅코의 망령에 시달리고, 맥베스 부인 역시 양심의 가책을 받아 몽유병을 앓다가 자살한다.
마녀의 두 번째 예언은 맥베스의 몰락에 대한 것이다. 버넘의 숲이 움직이지 않는 한 또 여자에게서 태어난 것에게는 맥베스가 결코 패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덩컨 왕의 아들은 맬컴이 버넘 숲의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오는 것이 마치 숲이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고, 마침내 돌아온 맥더프 역시 정상적인 출산이 아닌 제왕절개를 통해(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맥베스의 의지는 꺾인다.
클로디어스와 맥베스는 영혼의 쌍둥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야망이라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파멸시키는가, 어떻게 악의 화신으로 만들어가는가에 대한 이야기. 햄릿 중반부의 참회하는 클로디어스는, 아마도 이 극 초반부의 정직하고 용맹한 장군 맥베스와 닮아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