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 케네디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엄마의 책장에 들어 있던 로맨스 소설 뒷표지에 적힌 글 때문이었다.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이 남편을 잃은 슬픔 속에서 살다가, 사랑이 아닌 조건을 보고 백만장자와 결혼하였지만 백만장자 남편은 그녀를 또다른 쟁취한 트로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뭐 그런 소설이었는데, 뒷표지에 재키를 모델로 운운….. 그런 말이 적혀 있었다.
그런 세로쓰기 소설을 읽은 게 1985년. 다섯살 때였나. (먼산) 참고로 그 소설이 내가 처음으로 읽은, 베드신이 나오는 소설이었다. (뭐 별다를 것은 없었지만. 할리퀸 로맨스 소설의 베드신이라는 거 뻔하지 않던가.)
하여간 그건 그렇고.
케네디의 위인전에서 본 재키는 활달하고 총명한 여성이었다고 나왔다. JFK라는 영화에 잠시 나온 그녀의 모습도. 케네디의 장례식에 두 아이들과 함께 선 그녀의 사진도. 그런 토막토막의 이미지로는 알고 있었으되, 그녀에 대해 뭔가 정리된 책을 읽을 기회는 없었다. 사실 다이애나 비에 대한 책이야 많았지만, 재키에 대한 책이야 거의 없기도 했고. 아마도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에게 있어 재키란 그 시대의 아이콘이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냥 JFK의 아내였고 오나시스랑 결혼한 여자. 정도의 이미지인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재클린 부비에 케네디 오나시스, 에 대해, 가볍게나마 정리할 기회를 주었다. 어느 시대건, 그 시대의 아이콘은 존재하고. 어느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그 아이콘에 대해 접하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재클린 케네디를 롤 모델로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시대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읽었다. 어느정도는, 패션이, 그리고 사람들이 재키에 대해 갖는 향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시대”를 이해하기에 이 책은 너무나 재키 본인에게 맞추어져 있고, 그녀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살아온 시간보다는 그녀의 성장과정이나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담는 데 주력한 면은 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고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굉장히 얄팍하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어떤 이미지 재현 정도는 되는 것일까? 그런데 재클린 케네디는 그렇게 평면적으로 해석하거나 “여자”로서만 부각할 인물은 아닌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것이 자기계발서라는 게 제일……. 기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