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여 안녕

사랑이여 안녕 – 릴리안 리

영화로 “패왕별희”의 원작이다. 격변기 중국에서, 경극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명작. 소설 자체도 괜찮았지만 예전에 영화를 본 기억이 너무 남아 있어서, 장국영의 연기가 머릿속에 너무 콱 박혀 있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내내 좀 수수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코 수수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패왕의 역으로 살아가는 남자 단소루와, 그를 사랑하는 우미인 역으로 현실에서도 그를 사랑하는 남자 정접의의 이야기는, 단순한 동성애적 분위기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화해 가는 중국의 역사와 함께 한다. 그저 동성애의 이야기였다면 이것이 왜 감동이 있으랴. 청조 말기, 일제 시대, 그리고 공산 체제 하에서 경극이 당한 수난을, 그리고 중국의 문화라는 것이 어떻게 상처 입어 갔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소루와 접의가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혹은 잃지 않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배신당하고, 몸을 팔고, 아편에 탐닉하다가 결국은 화장이 얼룩진 얼굴로 울부짖는, 그래서 마지막에는, 다시 우미인의 분장을 하고 주름진 목에 그 언제인가 동성애의 대가로 받은 칼을 들이대는 접의의 모습은, 안타까운 것이었다. 예술이라는 것은 왜 역사와 시대와 정치에 의해 그 운명을 달리하는가. 또 인간의 개인적인 행복이나, 어떤 종류이건 간에 사랑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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